
우연히 도서관에서 미키7 소설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영화 미키17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진 것이 소설을 읽게 된 가장 큰 동기였다. 특히 이 책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 요즘 민음사TV 콘텐츠를 자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민음사 계열 출판사에 대한 신뢰가 생겼고 ‘믿고 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책은 영화화 소식이 전해지기 전 이미 번역까지 마쳐 출간 준비 중이었던 작품이었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이 미발표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 신작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자, 출판사 측에서도 자신들이 이미 계약한 책인지 모르고 어떤 작품인지 수소문했다고 한다. 어쨌든 여러모로 흥미로운 우연이 겹쳐 읽게 된 책이었다.
1. 영화와 원작 소설의 차이점
영화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이 소설 <미키7(Mickey7)>을 각색하여 만든 작품이다. 제목부터 차이를 보이는데, 원작 소설은 미키7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으나, 영화는 미키17이라는 제목으로 제작되었다. 이는 단순한 숫자 변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 설정 자체에 변화를 암시한다. 소설 속 ‘미키7’은 식민지 개척 임무에서 복제 가능한 ‘소모 가능 인물(익스펜더블)’로서 일곱 번째로 살아남은 존재이며,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면 영화는 열일곱 번째 복제체인 ‘미키17’을 중심으로 하여, 보다 복잡한 내면과 확장된 서사를 다룬다.
그 외 큰 차이점은, 미키의 친구이자 조종사로 등장하는 ‘베르토’의 설정이다. 영화에서는 이 인물이 전혀 다른 캐릭터로 대체된 것으로 보이며, 관계의 맥락 또한 크게 변화되었다. 원작 소설에서 미키와 베르토의 관계는 인간적인 신뢰와 실망, 우정과 생존 본능 사이를 오가는 복합적인 감정선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의 관계는 소설 전반의 정서적 중심축을 형성하며, 긴장감 속에서도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미키가 익스펜더블이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베르토’와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은 소설과 영화 모두에서 동일하지만, 그 원인과 전개 방식은 전혀 다르다. 소설 속 설정이 관계의 심리적 밀도 면에서 더 인상 깊게 다가온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적 요소와 사회적 풍자가 서사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원작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되, 감독의 독창적인 해석과 연출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는 인상을 준다.
2. 영화를 보았음에도 소설을 봐야 하는 이유
영화 <미키17>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소설 <미키7>도 꼭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소설 속 미키는 영화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솔직한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죽고 살아나는 상황 속에서 미키는 점점 지쳐가고, 그런 감정이 글 속에서는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장면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다 보니, 미키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이 생략되거나 단순하게 처리된다. 반면 소설은 미키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그가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했는지, 또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지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이런 장면이 있다. 미키는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상태에서, 진공 상태의 우주 공간 속에서 점점 몸이 파열되는 걸 느낀다. 헬멧이 벗겨지고 숨과 피, 심지어 똥까지 몸 밖으로 빨려나간다. 죽음은 확실한데, 자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는 이 모든 고통을 느끼며 깨어난다. 땀에 젖은 채 눈을 뜨는 장면에서 독자는 미키가 겪는 반복되는 죽음의 공포와 혼란을 아주 실감나게 느끼게 된다.
이처럼 소설 속 미키는 단순한 복제인간 캐릭터가 아니다. 죽을 줄 알면서도 다시 재생되어야 하는 존재, 언제 인격 정보가 ‘결함’으로 판단되어 버려질지 몰라 늘 불안해하는 존재다. 그는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숨기고, 고통을 견디며 살아간다. 감정선이 더 풍부하고 캐릭터에 몰입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영화만으로는 아쉬울 수 있다. 그래서 원작 소설을 함께 보면 영화가 놓친 부분까지 채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거의 매일 밤 같은 경험을 했다. 꿈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거의 환영에 가까울 것 같다. 잠에 막 빠져들 무렵 또는 잠에서 깰 무렵이면 같은 장면이 보였다. 그래서 몇주 동안 업로드를 할 수 없었다. 재생 과정에서 결함이 생긴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됐다. 만약 그렇다면 인격 정보에 결함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심리학자들이 그 사실을 알아채고 나를 없앤 뒤 재생본을 새로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목에 있는 잠금장치를 움켜쥔다. 손가락도 소시지처럼 부풀어 여기저기 터졌지만, 어찌어찌 잠금장치 두 개를 차례로 푸는 데 성공한다. 헬멧이 날아가고 진공 상태가 내 몸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숨과
피와
똥과
내 모든 것을.
지금쯤 죽어야 하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 어째서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쩍쩍 갈라진 입을 벌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힘껏 들이마신다. 들이마신 숨으로 비명을 지를려는 순간, 깜깜한 어둠 속에서 땀에 흠씬 젖은 채로 눈을 번쩍 뜨며 깨어난다.
3. 이런 사람에게 추천
<미키7> 소설은 SF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인간의 감정이나 존재의 의미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잘 맞는 이야기다. 단순한 우주 모험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해서 죽고 살아나는 익스펜더블 미키라는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따라가는 게 이 소설의 핵심이다. 그래서 철학적인 이야기나 심리적인 묘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영화 <미키17>을 보고 “뭔가 빠진 느낌이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강력히 추천한다. 소설에는 영화에서 다 담지 못한 디테일과 감정들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SF 입문자에게도 나쁘지 않다. 어렵거나 복잡한 과학 이론보다는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로 흘러가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감정과 상상을 동시에 자극하는 책을 찾는다면, <미키7>은 딱 맞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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