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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박찬욱 감독 추천 도서 5권/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는 책들

by 얌전한 뭉치 2025.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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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박찬욱 감독!

뼛속까지 문학 애호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주관한 기획 전시 '영화문고'에서 박 감독은 자신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다섯 권의 책을 공개했는데요. 그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단서가 될 것 같습니다.

 

영화문고 포스터 = 한국영상자료원


창작의 깊이를 더해주는 박찬욱 감독의 추천 도서 다섯 권, 지금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창백한 언덕 풍경> - 가즈오 이시구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초기 대표작입니다. 전후 일본의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한 여성이 과거를 회상하며 겪는 심리적 균열을 조용하고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이 작품은 정서와 잔상, 그리고 모호한 서술 방식을 특히 인상적이라고 합니다. 독자가 직접 해석하게 만드는 여운이, 그의 영화적 접근과도 닮아 있습니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현재 영국에 살고 있는 중년 여인 에츠코는 일본인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 게이코의 자살로 상심에 빠진다. 영국인 두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딸 니키가 집에 와 있는 동안 에츠코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둘 회상하고, 이 모든 회상은 게이코와 게이코의 자살을 향해 있는데…. - 책소개

2. <지속의 순간들> - 제프 다이어

사진 비평 에세이인 <지속의 순간들>은 사진 한 장이 품고 있는 역사와 감정을 해설자의 통찰로 풀어낸 책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책에 대해 “어설픈 창작자보다 통찰력을 가진 해설자가 훨씬 우리를 흥분시킬 수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창작에 있어 관찰자적 시선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멈춰 있던 순간들이 만나면, 삶은 지속된다 - 소개

3. <이민자들> - W.G. 제발트

소설과 에세이, 역사와 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글쓰기 방식으로 유명한 제발트의 작품입니다. <이민자들>은 네 사람의 삶을 통해 기억, 상실, 망명 등의 주제를 다룹니다. 이 작품을 독특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편마다 삽입된 흐릿한 흑백사진이다. 이 사진들은 회상과 픽션을 놀라우리만치 정밀한 구성으로 광범위하게 뒤섞은 작품의 사실성을 강조해줍니다. 

그는 나중에 이런 글귀를 추가했다. 기억이란 때로 일종의 어리석음처럼 느껴진다. 기억은 머리를 무겁고 어지럽게 한다. 시간의 고랑을 따라가며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끝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185면, 「암브로스 아델바르트」 중에서

 


4. <괴물들> - 클레어 데더

2017년, '파리 리뷰'에 실린 에세이 '괴물 같은 남자들의 예술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확장된 책 <괴물들>은, 문제적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우리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이 괴물 남자들의 예술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고정된 소비자의 역할로 밀어 넣는다.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언제나 윤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일련의 결정이 내려진 다음부터 어떻게 대응하고 무엇이 올바르고 윤리적인 행동인지 스스로 해석해야만 한다. 마이클 잭슨의 행동이 점점 더 이상해질 때도 여전히 마이클 잭슨은 이용당하고 포장되고 공급되고 충족되고 구미에 맞춰지고 있었다. 음악 산업은 음악 종사자와 관련된 윤리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일은 우리에게 떠넘겨진다. 카페에서 ‘I Want You Back’이 흘러나올 때 우리는 감정과 반응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_ 293쪽(12 술꾼들. 레이먼드 카버)



5. <오너러블 스쿨보이> - 존 르카레

첩보 소설의 거장 존 르카레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중 하나로, 냉전 시대 스파이 세계의 정치적 긴장과 인간적 고뇌를 치밀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지적인 서스펜스와 현실 정치의 복잡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명작입니다.

 

내가 10년 후에 이 책을 집어 드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은 내 기억 속의 슬픈 미소와 같다. 이제는 없어져 버린 캄보디아를 위해서. 악마를 쫓아갔던 조지프 콘래드의 마지막 남은 하항(河港), 사라진 프놈펜을 위해서. 이제 곧 그 도시를 파괴할 약탈자들로부터 고작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서 어처구니없을 만큼 근사한 프랑스-크메르식 식사를 할 때 느꼈던 식용유 냄새와 밤에 피는 꽃들의 향기와 황소개구리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위해서. 뜨거운 어둠 속에서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시클로 뒷좌석에 앉아 유혹적인 말을 중얼거리던 밤거리의 여자들을 위하여. 간단히 말하자면 옳든 그르든 끔찍한 폴 포트와 크메르 루주의 보복이 모든 것을 휩쓸기 전, 프랑스 식민주의가 죽어 가던 시절의 기억을 위해서.
- 작가의 말

 



박찬욱 감독이 추천한 책들을 들여다보면, 그는 단순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세계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문학, 사진, 역사, 심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넓은 시야로 읽고, 그것을 자신만의 창작물로 풀어내는 그의 독서법은 우리에게도 좋은 자극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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