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뉴스> 속 서고명, 실화 위에 구축된 ‘허구의 진심’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1970년 일본에서 발생한 ‘요도호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만큼 상상력과 해석이 가미된 블랙코미디적 작품으로 완성됐다. 그 중심에는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으로 극을 이끄는 인물, ‘서고명’이 있다. 배우 홍경은 이 서고명 역을 맡아 실제 관제사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완벽히 구현하며, 또 한 번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치밀한 준비의 결과
‘서고명’은 납치된 비행기의 착륙을 유도하며 사건의 전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항공 관제사다. 실존 인물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홍경은 단순한 연기 이상의 접근을 택했다. 그는 “실제 인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말하며,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포함한 3개 국어를 구사해야만 했다. 또한 항공 관제 용어를 습득하기 위해 전문가와 오랜 기간 훈련하며, 실제 상황처럼 자연스러운 발성과 긴장감을 재현했다.
더불어 서고명은 공군 소속 인물로 등장한다. 제복을 입고 관제실에 서 있는 모습은 차가운 관료주의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홍경은 이러한 외형적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약 7kg의 증량을 감행했다. 그는 “의상이 주는 무게감과 태를 살리기 위해 천천히, 건강하게 찌워 나갔다”고 밝히며, 외형 또한 캐릭터의 일부로 완성해갔다.
실화와 허구 사이, ‘서고명’이 품은 무력감의 서사
<굿뉴스>가 흥미로운 이유는 실화를 거의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인물의 감정과 의미를 허구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실제 ‘요도호 납치 사건’ 당시 관제사 채희석 씨는 사건 후 “앞으로 요도호 이야기를 일절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가족에게도 진실을 숨긴 채 살아야 했다. 영화 속 서고명은 바로 이 입막음된 진실의 상징처럼 존재한다. 극 중 그는 대통령의 시계 하나를 받고 사건을 덮어야 하는 인물로 등장하며, 진실을 알고도 말할 수 없는 국가의 ‘침묵’을 대변한다.
실제 사건에서는 납치범들이 장난감 총으로 위협했고, 승객들에게 해를 끼칠 의도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 역시 이 사실을 반영하면서도, 인물의 내면을 좀 더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시선으로 담아냈다. 홍경이 연기한 서고명은 그 복잡한 감정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책임감과 무력감, 그리고 체제 속에서 개인이 겪는 분열을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해냈다.
“현실적인 인물로 남고 싶었다” – 배우 홍경의 진심
홍경은 <굿뉴스>를 통해 배우로서의 폭을 더욱 넓혔다.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단순히 재현이 아니라, 현실을 품은 허구의 진심에 가깝다. 그는 “감독님의 상상력으로 채워진 인물이라 그 세계 안에서 살아보려 했다”며, 실존과 창작 사이의 경계에서 인물의 온도를 조율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좋아하는 배우답게 그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품으로 폴 토마스 앤더슨의 , 마이클 만의 <히트>, 알 파치노의 <뜨거운 오후>를 꼽았다. 모두 인물의 내면과 현실의 긴장을 세밀하게 다루는 영화들이다. 어쩌면 홍경의 다음 행보에서도 ‘서고명’처럼 조용하지만 뜨겁게 내면을 태우는 인물을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구축한 ‘서고명’이라는 세계
<굿뉴스>의 서고명은 단지 한 사건의 증인이 아니다. 그는 진실을 알고도 침묵해야 했던 시대의 그림자이며,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붙잡으려는 인간의 초상이다. 홍경은 그 인물을 위해 언어를 익히고 몸을 바꾸고, 마음을 내어주었다. 실화를 넘어선 진정성, 바로 그것이 홍경이 만들어낸 ‘서고명’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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