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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영화 <패스트라이브즈> 정보, 줄거리, 관람평

by 얌전한 뭉치 2025. 7. 7.

 

1. 패스트 라이브즈 – 서울과 뉴욕,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들

이 영화는 서울에서 뉴욕까지, 그리고 24년에 걸친 이야기다. 주인공 나영은 12살에 가족과 함께 한국을 떠난다. 남겨진 해성은 그 후로 오랫동안 그녀를 잊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두 사람은 스무 살 무렵에 한 번, 그리고 서른이 넘은 시점에 다시 연결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두 사람이 재회했을 때였다. 어색한 듯 편안하고, 낯선 듯 익숙한 그 공기. 대사도 많지 않은데 말보다 표정과 눈빛이 다 전해졌다. 영화는 엄청난 사건이나 반전을 보여주지 않는데, 묘하게 몰입되고 마음이 쓰였다. 나는 그게 이 영화의 힘 같았다. 서울 장면은 우리가 아는 평범한 거리인데도 그렇게 정겹고, 뉴욕 장면은 너무 예뻤다. 특히 강 건너 반짝이던 물결, 조용히 흐르던 다리 위 풍경, 그리고 초록이 만연한 공원과 거리까지… 그런 풍경이 단지 배경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감정을 같이 흘러가게 도와주는 것 같았다. 마치 인물들의 말 없는 마음을 대신 표현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2. 셀린 송 감독 – 너무 조용해서 더 강한 목소리

감독 이름은 셀린 송,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 한국계 캐나다인이자 연극 작가 출신이라고 들었다. 첫 영화라는데, 첫 영화라는 말이 안 믿길 정도로 너무 단단했다. 요란하지 않고, 감정도 세지 않은데, 묵직하게 와닿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 인터뷰를 찾아봤다. 그녀의 실제 경험이 영화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위의 영화 포스터처럼, 어느날 한국에서 온 친구와 자신의 남편 사이에서 그들의 대화를 통역을 하게 된 날이 었었다고 한다. 그때 본인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삶을 함께 느꼈고 그 느낌이 특별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느린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난 오히려 이렇게 조용하게 속을 들여다보는 영화가 더 강하다고 느꼈다.


3. 이동진 평론가가 했던 말 – “첫사랑이 아닌, 손에 닿지 않은 인연”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를 별점 4.0점으로 평가했더라. “우리를 자꾸 되돌아가게 만드는 건 첫사랑이 아니라 아직 손에 닿지 않은 인연”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딱 이 영화였다.

내가 느낀 것도 비슷했다. 이건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단, ‘만약 그때’라는 질문에 대한 감정 같았다. 나영이 해성과 뉴욕에서 걷는 장면이 생각난다. 그 조용한 산책이 오히려 폭풍 같았다. 아무 말 없이 그냥 걷는데, 대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흘렀다.

이동진은 또 “영화를 보고 나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읽으며 더 깊어지는 작품”이라고도 했다. 나 역시 그랬다. 보고 난 뒤 계속 여운이 남아서 리뷰를 찾아보고, 댓글을 읽고, 음악을 다시 들었다. 뭔가 남겨진 채로 끝나는 영화는, 늘 다시 떠오른다.


4. 이런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 한때 좋아했지만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했던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
  • 지나온 시간에 대해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사람
  • ‘인연’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서 자주 곱씹는 사람
  • 뭔가 담담하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주 천천히, 아주 깊이 마음을 어루만져줄 영화다. 나에게 그랬듯이.
현재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볼 수 있는 걸로 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영화관이나 OTT에서 조용히, 혼자 보는 걸 추천한다. 주변이 조용할수록 이 영화는 더 크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