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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책을 사랑한 영화감독, 박찬욱의 소설 원작 작품들

by 얌전한 뭉치 2025.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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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 없다’ 박희순, 손예진, 박찬욱, 이병헌, 염혜란, 이성민. 사진 = CJ ENM

 

최근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이탈리아 베니스를 달궜습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 45분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했습니다.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한 가운데, 9분간의 기립박수와 찬사를 받으며 영화제의 밤을 화려하게 물들였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신작인 <어쩔수가없다> 뿐만 아니라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헤어질 결심> 등 독창적인 영상미와 인물 심리에 천착한 서사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혀온 감독입니다. 그의 연출력의 원천 중 하나가 '책'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평소 애서가로 잘 알려진 박찬욱 감독은 단순히 독서광을 넘어, 문학을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화면 위에 풀어내는 데에도 탁월한 감각을 지닌 연출가입니다. 특히 원작 소설을 각색해 연출한 작품들에서는 그의 섬세한 해석력과 창의성이 돋보입니다.


오늘은 그런 박찬욱 감독이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삼아 연출한 주요 영화와 드라마를 함께 살펴보며, 원작과 각색의 매력을 짚어보려 합니다.


1. 어쩔 수가 없다 (2025)

원작: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The Ax>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The Ax>는 해고된 중년 남성이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해나가는 블랙코미디 스릴러입니다. 현대 사회의 고용 불안을 잔혹하고도 냉소적으로 묘사한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어쩔 수가 없다>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직장 내 경쟁과 인간의 본성을 압축적으로 그려냅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가장이지만, 점차 도덕성을 잃고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냉혹한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2. 아가씨 (2016)

원작: 세라 워터스 <핑거스미스>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두 여성의 속임수와 욕망, 사랑을 다룬 소설입니다. 정교한 플롯과 여성 간의 연대가 돋보이며, 대표적인 퀴어 고전으로 손꼽힙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원작을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배경을 옮겨 각색했습니다. 상속녀를 노리는 사기꾼과 그녀의 하녀로 위장한 여성 사이에 벌어지는 교묘한 속임수와 예기치 못한 사랑. 계급, 성, 권력을 모두 꿰뚫는 강렬한 미장센과 서사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3. 박쥐 (2009)

원작: 에밀 졸라 <테레즈 라캥>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작 <테레즈 라캥>은 인간 본능과 죄의식을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으로, 금지된 사랑과 살인, 그로 인한 파멸을 다룹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신부가 흡혈귀가 되는 파격적 설정을 더했습니다. 헌혈 실험 도중 흡혈귀가 된 신부 상현은 욕망과 금욕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사랑과 죄책감, 인간성과 야수성 사이에서 무너져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파국을 향해 질주합니다.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변주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4. 리틀 드러머 걸 (2018, BBC 미니시리즈)

원작: 존 르카레 <리틀 드러머 걸>

첩보 소설의 거장 존 르카레의 <리틀 드러머 걸>은 배우가 모사드의 비밀 작전에 투입되면서 겪는 심리적 혼란과 첩보 세계의 모순을 그린 작품입니다. 스파이 소설이지만 철학적 질문과 인간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주목받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 이야기를 6부작 드라마로 각색하여 영국 BBC와 미국 AMC를 통해 방영했습니다. 연극배우 찰리와 모사드 요원들의 숨막히는 심리전과 정체성 혼란을 박 감독 특유의 시각미와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내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원작의 시대나 배경을 과감히 바꾸기도 하고, 그 속에 담긴 주제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풀어내며 영화에 깊이를 더합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다 보면 마치 책을 다시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인물들이 겪는 욕망, 죄책감, 사랑, 파괴 같은 감정들이 얽혀 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문학과 영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그의 연출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원작도 함께 살펴보며 더욱 깊이 빠져들고 싶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애서가 박찬욱 감독이 직접 추천한 책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그가 어떤 책들을 읽고, 또 어떤 책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하시다면, 다음 게시물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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